“역사의 벼랑에 새긴 염원과 어머님의 숨결에 새긴 윤리”
심사위원/ 한신디아
문학은 기억의 풍화에 맞서는 가장 아름다운 저항이다.
덕진 시인은 이번 작품들을 통해 ‘역사’라는 거대한 시간의 축과 ‘어머님’의 철학이 담긴 교훈을 하나의 시문학적 관조로 엮어냈다.
시인의 작품「염원과 흔적이 담긴 바위」는 문명의 원형이 보내온 고고학적 전언이며, 반구천의 암각학를 지금도 살아숨쉬는 ‘문명의 원초적 언어’로 호명한다. 그 바위는 시공간을 초월해 오늘의 우리에게 도달한 거대한 문학적 텍스트이자, 척박한 대지를 일구던 선사인들의 뜨거운 염원이 응결된 기억의 저장소다. 거친 바위 표면에 아로새겨진 흔적들은 현대인의 메마른 역사의식을 깨우는 문명적 타종(打鐘)으로 울려 퍼진다. 「염원과 흔적이 담긴 바위」가 거시적 역사의 뼈대라면, 「어머님 교훈」은 그 뼈대 위에 따스한 온도의 살결을 입힌 미시적 고백이다.
이 작품은 어머님의 교훈을 통해 인격적 가치와 실천적 윤리를 되살린다. 시인이 노래하는 근면,정직, 배려, 헌신은 매일의 아침을 열고 이웃을 보듬던 어머니의 투박한 손길과 땀방울로 증명된 삶의 비망록에 기록된 가장 위대한 철학이다. 자식의 마음 깊숙이 각인된 어머님의 가르침은 바위에 새겨진 암각학만큼이나 완강하고 숭고한 심원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덕진 시인의 문학적 미덕은 요란한 수사학적 기교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시인의 언어는 과장 없이 덤덤하며,대상의 본질을 정직하게 주시한다. 암각학의 바위가 거친 비바람을 견디며 역사를 기록했듯, 어머니 역시 모진 세월을 견디며 자식의 내면에 윤리라는 가장 격조있는 무늬를 새겨 넣었다. 고요하지만 이 묵직한 염원이야말로 시인께서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값진 문학적 선물이 아니겠는가. 세월의 풍화 속에서도 결코 흐려지지 않는 암각학처럼,시 인이 걸어온 문학의 길 또한 우리 시문학사에 지워지지 않을 숭고한 흔적으로 남으리라 믿는다.
울산詩文學賞 본상 수상을 축하드리며,앞으로 펼쳐질 문학적 여정 위에 더없이 눈부신 문운이 가득하시기를 온 마음으로 기원드린다.
심사위원 : 전금순, 성덕희, 김행조. 김양자, 박순례, 이연규, 이미희, 남미숙, 박무원, 윤희석, 한신디아 (글)
수상작
염원과 흔적이 담긴 바위
덕진
개울가 바위벽에 네모선 둥근선 이어서
신앙의 초점 찍어놓고 간절한 소원 빌었다
같이 살아가던 짐승도 잡아먹던 물고기도
선사시대 사람 생각에서
바위그림 기록으로 살아있다
기도한 흔적 그림으로 남아서 구구절절 암송한다
신라 지배층 인물 염원 담고 자취 남겨
현세인 시선 끌며 모여라 보아라 외친다
21세기 한국인 역사 속 그림 문자 보고또보고
읽고 또 읽고 그 내력 파고든다
그 진가眞價 선양한다
서기 2025년 대곡리암각학, 천전리각석 함께
“반구천의 암각화”로 되어 유네스코 등재되니
반구천은 춤추며 노래한다
온 세계에 이름 떨치고 온 나라에 빛난다
어머님 교훈
흙을 파고 씨 뿌려야 행복 온다고 하시니
동녘이 밝아오면 밭 갈고 김매면서
근면 성실 자작자수自作自受 배우고 익혔어요
책 보기 힘겨우면 도량 쓸고 쇠꼴 베어라
되로 글 배웠어도 말로 글 써야 한다
교과 공부 성적보다 인내 실천 길렀어요
자식이 아프면 백리까지도 약을 찾고
이웃 사람 아프면 밤중에도 응급치료
참사랑 솔선수범 몸소 실천하셨어요
안팎으로 정직하게 온 가족 믿음 주고
언제나 당당하게 헌신하신 어머님
무량으로 크신 교훈 시공時空에 빛나네요
나의 시
나의 시는 살아 있는 삶이다
그때 그 느낌
그대를 찬양하고 자연도 찬양한다
시는 노래요
사자후獅子吼다
부드러움으로 껴안기도 하지만
사랑의 회초리로 후려쳐
밝고 탄탄한 길을 내기도 한다
어둠을 밝히는 종소리다
대곡리 반구천 암각화 염원
수염고래,혹등고래, 범고래,참돌고래, 거북이…
바다고기잡이 무재해無災害 다수확多收穫 빌고 빌면서
호랑이, 사슴, 멧돼지, 염소, 새…
육지 짐승 사냥도 무재해 다수확 빌고 빌면서
하천 옆 수직 암벽에 쪼아내고, 파내고, 다듬어서
선사시대인들의 생존 수단 어로법 사냥법 교재 되었다
삶의 의지되고, 믿음이 되고, 인류의 역사 교재 되었다
한반도 동남지역 사람 삶의 좋은 터전 알리는
가장 오래된 뚜렷한 증표 되었다
사람도, 물에 큰 고기도, 땅에 큰 짐승도
이 지역 활발히 살았다는 알람장이다
기계 전자 문명시대 대한민국의 역사 문화 자랑거리 되고
울산인의 자부심 다지는 무량 보배 되었다
수상 소감
정진(精進)의 바다에서 마주한 ‘시의 마음’
본상 수상자/ 덕진
울산시인협회로부터 ‘울산詩文學賞’ 본상 수상이라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고, 기쁜 마음과 함께 지나온 세월의 발자취가 만감으로 교차합니다.
문단에 발을 디딘 지는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그간 불가(佛家)의 수행과 봉사, 그리고 포교의 길에 일신을 바치다 보니 시를 짓는 일에는 온전한 시간과 노력을 쏟지 못했습니다. 다작(多作)을 하지도, 빼어난 수작(秀作)을 내놓지도 못했다는 마음의 빚이 늘 있었음에도, 묵묵히 시(詩)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온 끝에 오늘과 같은 큰 기쁨과 보람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수상작인「어머님 교훈」은 저의 유년 시절 시골에서의 삶과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어머님의 올곧은 말씀을 바탕으로 지어 올린 시입니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오직 지식과 경쟁만을 좇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진정한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시의 언어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수상작인「염원과 흔적 담긴 바위」는 유구한 세월을 품은 반구천변 천전리 암각화를 마주하며 느낀 시상을 담았습니다. 바위에 새겨진 선조들의 간절한 염원과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며 인간과 역사, 그리고 영원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처님의 팔만대장경 말씀이야말로 문학이라는 거대한 바다의 원류(源流)였습니다. 경전을 참구하고 수행에 정진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제 문학의 가장 단단한 자양분이자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작품을 눈여겨보아 주시고 수상작으로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울산시인협회 회장님, 그리고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상은 지치지 말고 시문학의 길에 더욱 정진하라는 준엄한 경책이자 격려로 받들고 앞으로도 겸손히 정진하겠습니다.
끝으로 저의 시를 마주하는 모든 인연마다 마음에 깃든 번뇌와 미망은 씻은 듯 사라지고, 맑고 청정한 지혜 속에서 늘 편안하고 여여(如如)한 나날을 보내시길 지극한 마음으로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